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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2회 중고등학생 독서대회 중등부 우수상 수상작 천로역정을 읽고 (김하은)

동탄기독학교 2025.09.29 조회 480

읽은 책 제목 / 지은이

천로역정 / 존 번연

 

기억에 남는 문장

65p

그러나 바른 길은 단지 하나뿐이며 그 길은 매우 좁고 또 곧게 뻗어 있는 길이므로 당신은 쉽사리 옳고 그른 길을 분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독후감

 

나는 천로역정을 정말 많이 봤다. 영화로도, 만화책으로도, 어린이용 축약본으로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다. 신기한 건 읽을 때마다 크리스천이라는 인물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다. 어떨 때는 멋있어 보이고, 어떨 때는 지루해 보이고, 때로는 너무 약해 보이다가도 때로는 놀라우리만큼 강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시간에는 좀 지루한 인물이었다. 드라마틱한 장면들보다는 그냥 묵묵히 길을 걸어가는 평범한 모습이 훨씬 많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고 인생 경험이 쌓이면서 천로역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크리스천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처럼, 어릴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크리스천의 모습들이 지금에서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때 나는 크리스천을 솔직히 '찔찔이'라고 생각했다. 두 명의 오빠가 있는 집에서 자란 나는 자연스럽게 '사내대장부'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내 눈에 크리스천은 너무 나약해 보였다.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겨도 딴 길로 새려고 하고, 자꾸 울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웅들은 강하고 당당했다. 어떤 위험이 와도 겁내지 않고 맞서 싸우고,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런 캐릭터들 말이다. 그런데 크리스천은 정반대였다. 용감한 용사라기보다는 연약한 공주에 가까워 보였고, 당당한 순례자라기보다는 고민만 하는 철학자 같았다. 그때의 내가 본 크리스천은 온통 넘어지고, 길을 잘못 들고, 슬퍼하는 모습뿐이었다. '왜 이렇게 약하지? 좀 더 강하게 굴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어린아이다운 단순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크리스천의 전부였을까? 시간이 흐르고 내가 좀 더 성숙해지면서, 미숙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놓친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스천은 분명히 여러 번 넘어졌다. 낙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고, 의심의 성에서 길을 잃기도, 또 여러 사람에게 속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아볼루온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과 맞서 싸워 이겼고, 지옥문의 위험을이겨냈으며, 허영의 시장에서 세상의 온갖 유혹을 물리쳤다. 마법의 땅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때로는 힘들어서 쓰러져 있기도 했지만, 천국을 향한 갈망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긴 순례의 길을 끝까지 완주했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니 크리스천은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크리스천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드라마틱한 장면들에만 집중했다. 그 극적인 부분들만 봤지, 그가 매일매일 묵묵히 길을 걸어가는 평범하고 지루해 보이는 여정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지루한' 일상적 걸음걸음이야말로 크리스천의 진정한 힘이었다.

 

이번에 천로역정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가장 주목하게 된 부분은 크리스천이 길을 걸어가는 꾸준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회복력이나 용기, 믿음과 같은 눈에 띄는 특별한 능력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물론 이런 것들도 없으면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들의 기초에는 '꾸준히 걸어가기'가 깔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용기나 믿음이 있어도, 실제로 발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크리스천의 진짜 힘은 바로 이 꾸준함에 있었던 것이다. 험한 길이라도, 좁은 길이라도,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때로는 숨을 가다듬어야 했고, 때로는 천천히 걸어야 했지만, 그래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책에서는 이런 모습을 그리 길게 묘사하지 않았지만, 내 눈에는 그 어떤 영웅적 행위보다도 멋져 보였다.

 

이런 크리스천의 모습은 등산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꽤 많은 등산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을 떠올려보니 크리스천의 심정이 더욱 실감 났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정말 절망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힘들게 올라도 올라도 끝은 안 보이고, 오히려 더 험하고 가파른 길이 앞에 펼쳐져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도대체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지? 차라리 포기하고 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나도 중간에 등산을 포기하고 되돌아간 적이 여러 번 있다. 이런 경험을 떠올렸을 때, 크리스천이 그 긴 순례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에게 펼쳐진 길은 등산길보다 훨씬 험하고 좁은 길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그렇다면 크리스천은 도대체 무엇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그 힘든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 만약 그에게 "어떻게 이 힘든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가 있었나요?"라고 물어본다면, 그는 아마도 어마어마하게 긴 설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성경 구절도 인용하고, 숫자도 붙여가며 아주 장엄하게 대답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복잡한 설명을 아주 간단히 압축하면 결국 이런 뜻일 것이다: "천국에 빨리 가고 싶거든요!" 바로 그것이다. 천국에 대한 간절한 갈망이 그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는 목적 없이 무작정 길을 걷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꼭 가고 싶은 곳이 그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와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내 등산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나의 등산 원동력은 사실 아주 소박하다.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가끔씩 산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들이 있는데, 그런 정보를 미리 알고 가면 정말 신기하게 없던 힘이 난다. 평소보다 훨씬 가파르고 힘든 코스라도 '정상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없던 힘이 생긴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도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만 생각하며 어떻게든 올라간다. 예전에는 정말 힘든 코스를 올라가면서도, 아이스크림 생각에 사로잡혀 네 발로 기어서라도 올라간 적이 있다. 그렇게 온갖 고생을 하며 정상에 도착해서 만나는 아이스크림 아저씨는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사랑스러운 존재시다. 그때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은 평소에 편의점에서 사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짧은 순간의 시원함과 달콤함을 위해서 몇 시간의 고생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크리스천에게 천국은 아마 나에게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간절하고 소중한 목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크리스천만큼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한다. 하나님께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이 힘든 순례의 길을 걸어갈 자신이 없다. 이 부분에서 나는 크리스천에게 정말 부끄럽다. 크리스천이 천국을 향해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나도 그런 간절한 마음을 갖고 싶지만 아직은 그 정도의 깊이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크리스천과 똑같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크리스천처럼 꾸준하게 이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 그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한 걸음씩이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만큼은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속도는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크리스천도 때로는 천천히 걸었고, 때로는 쉬어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절대 뒤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크리스천의 이런 꾸준함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보일 수 있을까? 이 부분이 가장 실질적이고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사실 나를 돌아보면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방학 때 매일 조금씩 하기로 계획했던 숙제들도 자꾸 미루다가 결국 막판에 몰아서 한다. 운동도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가 며칠 못 가서 그만둔다. 일기 쓰기, 취미 활동 등등 꾸준히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런 습관이 신앙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 매일 성경을 읽고 최소한 5분은 기도하겠다고 다짐한 적이 수없이 많지만, 실제로 꾸준히 지켜진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하다가 조금씩 소홀해지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행동 방식을 바꿔보려고 한다. 크리스천은 나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에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목숨이 위험한 순간들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정말 힘들 때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루마리를 꺼내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크리스천의 이런 모습을 나만의 '두루마리'로 삼으려고 한다. 내가 세운 계획들을 실천하려고 할 때 귀찮고 힘든 마음이 들면, 그럴 때마다 크리스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크리스천은 저렇게 힘든 길도 꾸준히 걸어갔는데, 나는 이 정도도 못하겠다고?'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힘든 길 앞에서 떠올린 그의 모습은 나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크리스천은 이미 나의 롤모델이 되어버렸다. 물론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따라 할 만한 모델인 것 같다. 완벽한 영웅은 너무 멀게 느껴져서 '나는 저렇게 될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크리스천처럼 약한 면도 있으면서 동시에 꾸준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나도 노력하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준다. 앞으로 내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크리스천의 모습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그가 낙심의 늪에서도, 의심의성에서도, 허영의 시장에서도 결국 이겨내고 계속